고목

2012. 2. 21. 12:03시 모음/시

 

설악산 고사목

 

 

고목

 

이 성 선

 


 

산에 가서 바라보면

 

살아 있는 나무보다

 

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바위 끝에 우뚝 강골로 서서

 

꼿꼿이 하늘을 찌르고

 

허공을 찌르고

 

해와

 

달을 찌르고

 

 

 

혼자 눈비바람에 견디는

 

뼈대만 남은

 

그 모습이

 

더 위대하다.

 

 

 

죽어서

 

살아 있는 나무보다 더 큰

 

새를 앉히고

 

죽어서

 

더 편안하게

 

안개에서 풀려나고

 

 

 

죽어서 더 엄정히

 

저 아래 어지러운 땅을 굽어보며

 

침묵으로 말한다.

 

 

 

썩은 살은 던지고

 

버리고

 

최후의 몸뚱이만 불꽃처럼 남아

 

부러진 팔 그대로 벌리고

 

하늘 아래 섰다.

 

 

 

천둥번개 치면

 

기괴한 모습 더 드러나

 

어둠에 거인으로 떠오른다.

 

 

 

아아,

 

그를 바라보면

 

단단한 삶만이

 

죽어서 향기를 뿜는구나.

 

 

 

그 곁에 서면

 

죽음이 오히려 삶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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