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안의 절

2012. 2. 21. 11:32시 모음/시

이른 새벽 동녘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설악산 금강소나무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나무 안의 절  

이 성 선

 

나무야

너는 하나의 절이다.

네 안에서 목탁소리가 난다.

비 갠 후

물 속 네 그림자를 바라보면

거꾸로 서서 또 한 세계를 열어놓고

가고 있는 너에게서

꽃 피는 소리 들린다.

나비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새 알 낳는 고통이 비친다.

네 가지에 피어난 구름꽃

별꽃 뜯어먹으며 노니는

물고기들

떨리는 우주의 속삭임

네 안에서 나는 듣는다.

산이 걸어가는 소리

너를 보며 나는 또 본다.

물 속을 거꾸로

염불 외고 가는 한 스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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