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새벽길 하 수 현 그대, 새벽의 한가운데를 헤집으며 강을 따라 한번 거닐어 보려는가 물결은 숨죽여 강의 먼 끝을 향해 미끄러지는데 빛이 몰려오면 올수록 그만큼 어둠이 한발한발 뒷걸음치거나 자빠지고 있다 강둑 아래 잠 깬 어욱새는 일어서려고 밤 사이 움츠렸던 무릎도리 매만진다 너럭바위의 무리 쪽에서 마을의 밥 짓는 연기는 서서히 어둠 걷으며 피어나 가늘게 풀리며 하늘 밑을 흐르고 개 짖는 소리 몇 줄기는 바람 가른다 아직 엷은 빛 때문에 채수염 희끗희끗 바래진 상수리나무, 그 밑으로 산도깨비 몇몇 황급히 흙 묻은 방망이 닦는다 빛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숨고 있는 어둠의 지스러기는 이제 얼마나 남아 있을까 어둠에 반쯤 잠긴 가을은 밤 사이 강을 오르내리다가 더러는 나직이 흐느끼다가 지금 솔부엉이 옆에 ..
201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