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2010. 2. 8. 09:51시 모음/시

안개 피어오르는 섬진강의 새벽
섬진강을 따라 걷는 새벽안개 낀 길

 

새벽길

하 수 현 

 

그대, 새벽의 한가운데를 헤집으며
강을 따라 한번 거닐어 보려는가
물결은 숨죽여
강의 먼 끝을 향해 미끄러지는데
빛이 몰려오면 올수록
그만큼 어둠이
한발한발 뒷걸음치거나 자빠지고 있다

 

강둑 아래
잠 깬 어욱새는 일어서려고
밤 사이 움츠렸던 무릎도리 매만진다
너럭바위의 무리 쪽에서
마을의 밥 짓는 연기는 서서히 어둠 걷으며 피어나
가늘게 풀리며 하늘 밑을 흐르고
개 짖는 소리 몇 줄기는 바람 가른다

 

아직 엷은 빛 때문에
채수염 희끗희끗 바래진 상수리나무,
그 밑으로 산도깨비 몇몇
황급히 흙 묻은 방망이 닦는다

 

빛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숨고 있는 어둠의 지스러기는
이제 얼마나 남아 있을까

 

어둠에 반쯤 잠긴 가을은
밤 사이 강을 오르내리다가
더러는 나직이 흐느끼다가
지금 솔부엉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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