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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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의 시 : 12월 외
12월 오 세 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허무를 위해서 꿈이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안쓰러 마라.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사랑은 성숙하는 것.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눈 떠라,절망의 그 빛나는 눈. 외롭게 오 세 영 바닷가 모래알처럼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의 별이라지만지상의 모래는 왜별이 될 수 없는가.높이 떠 있어서가 아니라반짝반짝 빛나서가 아니라별은멀리 있어서 별이다.그러므로 모래여,서로 등을 부비면서 집합을 이루기보다는가슴과 가슴을 하나로 안는 바위가 되든지아니면각자 ..
2019.11.15 -
삶
삶오 세 영(1942- )바람 앞에 섰다.숨길 것 없이 맨가슴으로,저 향그러운 남풍을저 매서운 북풍을가리지 않고 받는 나무.햇빛 아래 섰다.부끄럼 없이 맨몸으로,저 뜨거운 폭양을저 싸늘한 백광(白光)을싫다 않고 받는 나무.대지 위에 섰다.굽힐 것 없이 맨다리로,먼 지평선 굽어보며먼 수평선 너머보며버티고 선 나무.나무는 항상당당해서 나무다.나무는 항상순결해서 나무다.바람과 햇빛과 흙으로 빚어진영혼,우리들, 나무.
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