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산길 고 은 이상하다. 언제나 나의 산길에는 누가 조금 전에 간 자취가 있다. 그렇게도 익숙하건만…… 늙은 떡깔나무는 외면한 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듯하고 길은 부유(腐乳) 냄새가 이제까지 모여 있다가 흩어지는구나. 이상하다. 나의 산길에는 누가 조금 전에 간 자취가 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어가면 내 발등은 먼저 간 자취로 떨리는구나.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가면 외딴 곽새가 V자(字) 가지에서 날라 가 버릴 뿐이다. 어느날 일몰(日沒)이 늦었다. 나의 산길에는 그때까지 아침 이슬이 마르지 않고 있다. 자꾸 둘레를 돌아다보면서 이윽고 부락암호(部落暗號)로 불러 보았다. 저 앞에서 누가 반말로 대꾸한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줄 어떻게 알겠느냐. 이상하다. 언제나 나의 산길에는 누가 조금 전에 간..
201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