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0. 3. 22. 12:56좋은 글/좋은 글

 

                         

                         스스로 껍질을 벗는 유칼립투스 나무   - 호주 블루마운틴 

 

    


                       

 여 행
                       法頂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
허구한 날 되풀이되는 따분한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다.
봄날의 노고지리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입술에서는 저절로 휘바람이 새어 나온다.

 

훨훨 떨치고 나그네 길에 오르면 유행가의 가사를 들출 것도 없이 인생이 무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 느끼게 된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끌고 아득한 지평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나날의 나를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구름을 사랑하던 해세를, 별을 기다리던 생 텍쥐페리를 비로서 가슴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또한 낯선 고장을 해메노라면 더러는 옆구리께로  허허로운 나그네의 우수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렇게 지난 가을 동으로 서로 그리고 남으로 발길이 닿는데로 구름처럼 떠돌아 다니면서 입산이후 자취를 되새겨 보았다.
그때마다 지난날의 기억들이 저녁 물바람처럼 배어들었다.
더러는 즐겁게 혹은 부끄럽게 자신을 비춰 보았다.

 

나그네 길에 오르면 자기 영혼에 무게를 느끼게 된다.
무슨일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자신의 속얼굴을 들여다 볼수 있다.

 

그리고 여행은 단순한 취미일 수만은 없다.
자기 정리의 엄숙한 도정이요,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그러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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