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 20:48ㆍ좋은 글/좋은 글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 글쓴이 : 황필상 )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함께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옷을 새삼 갈아 입지 않고 예의 범절에 신경쓰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사람,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서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나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이 없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지만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나 내가 평온해질 때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과 사귀기를 원치 않는다.
일생 동안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을 죽을 때까지 지속할 한두 명이면 족하다.
나는 도 닦으며 엄숙히 살기를 원치 않으며, 내 친구 또한 성현 같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하여 그저 제자리에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나는 명성과 권세 그리고 재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으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매력을 느끼고자 애쓸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나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나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다.
나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아니하며,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리라.
나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내가 길을 가다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아니하며,
건널목이 아닌 데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것이다.(이하 생략)」
너무도 각박한 하루하루의 생활, 잠시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은 우리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담 없는 말벗이 아닌가 한다.
이 글은 필자가 이곳 저곳을 다니다 어느 책상 위에서 베낀 글이다.
행여 필자같이 각박한 생활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위안이 될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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