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2019. 5. 19. 01:15시 모음/시

연두색 새잎을 피워 낸 자작나무

 

푸른 오월 
노 천 명(1912-1957)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우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잎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봄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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