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티나무가

2017. 8. 2. 18:10시 모음/시

 

원정리 느티나무

 

      

다시 느티나무가

신 경 림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조금도 서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사는 이치거니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옛날에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았다

내 눈이 너무 어둡고 귀가 멀어진 것을

그러나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더욱 아름다워서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산을 바라보며  (0) 2017.10.02
별에게 물어봐야지  (0) 2017.09.28
할미꽃  (0) 2017.05.28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0) 2017.05.28
毘 盧 峯  (0) 201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