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티나무가
2017. 8. 2. 18:10ㆍ시 모음/시
다시 느티나무가
신 경 림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조금도 서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사는 이치거니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옛날에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았다
내 눈이 너무 어둡고 귀가 멀어진 것을
그러나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더욱 아름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