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梅花

2013. 3. 30. 09:13시 모음/시

 

제주 구억리 백매

 

매화(梅花)

민 병 도

 

장부(丈夫)가 세운 뜻을 함부로 꺾을 수 있나
찬바람에 부대끼고
그리움에 깎여나가도
지상에
다만 저 하나 언 발 묻어 녹일 뿐

 

유배지가 아니어도 세상은 아직 지쳐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적막에 길이 들지만
밤마다 홀로 잠깨어 허공을 서성였나니

 

오늘은 달빛 더듬어
등을 내다 걸었구나
서투른 기다림이 송이송이 드러나고
또다시 떠나가야 할
먼 길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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