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현금(沒絃琴)

2012. 10. 8. 10:12시 모음/시

 

 

지리산 연봉 -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이 보인다

 

 

몰현금(沒鉉琴)

이 성 선

 

저 큰 산 울음 몰현금 소리 먹은 내 귀가 듣지 못하였네. 

산 너머 안개 너머 산 너머 안개 너머 줄줄이 벋어가

구름에 묻혔다 살아나고 다시 죽는 산 능선들. 바람 속에 사라지고 별에서 태어나는

현들. 우주가 내려 놓은 거문고가 아니다. 줄이 없기에 울지 않는다. 잔인한 그분이

끊어버렸고 내 귀는 열리지 않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운다. 고요한 오후의

막막한 회색빛에 우뚝 떠서. 아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 앉아 하늘 가득 운다.

가랑잎 구르는 소리 안에 집을 짓고 천년을 살아야, 맑은 천둥 속에 방 얻어 공부를

해야, 지평을 치며 솟아 앉은 달에게 차 한 잔 받아야 귀가 깨어나 줄 없이 우는 저

소리를 담을 수 있을까. 새벽 우주가 돌아간 뒤에도 혼자깊어져 내는 그분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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