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풍경
2011. 11. 21. 21:31ㆍ시 모음/시
11월 풍경
(宵火)고은영
억새꽃 무리지어
싸늘한 바람에 흐르나니
새들은 떼지어 사랑을 찾아 날아가네
창백한 아침이면
계절 가득 들녘에 피는 서리꽃
가난한 자들의 눈 위로
자꾸만 그리운 안부를 묻네
삭막한 거리여
식어가는 대지에 마지막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픈 기억을 안고
이별의 슬픈 하강 곡선에
제 몸을 누일 것이냐
움츠리는 가슴
찬 기류 속을 달려온 세월이여
방황하는 모든 것들과
계절도 제가 돌아가야 할 길을 알고
사랑과 이별의 아픈 선로에서
말없이 떠나 보내고
남아 있어야 할 것들의 서러움을 노래한다
겨울의 목전에 서서
아, 우리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따뜻한 기억의 사랑을 회복할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