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처마에

2011. 10. 7. 23:15시 모음/시

성혈사 나한전 석등

 

 

그대 처마에
석 여 공                         

 

그 절의 광명전 앞에는
돌꽃 잘 마른 석등이
햇살 아래 뜨겁게 서 있었어요
석등은 무엇으로 세상을 밝히나
석등 속을 들여다 보았어요
석등안에는 어떤 꽃이 세상을 밝히나
들여다 보았어요
기름등잔 하나 없이 세상의 먼지만 날아 앉아
거기 천 년 부스러진 곳에 몸 붙인
돌꽃만 있었어요
마음없이 세상을 밝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요
어느날 내 안에 피어나는 마음이
꽃처럼 환하면 그때
돌아보면 석등안에서도
은돌꽃 금돌꽃
그런 돌꽃이 피어나는 것인지
아무말도 건네주지 않는 빈 꽃이어요
아직도 저 석등이 무엇으로 세상을 밝히는지 몰라요
다만 아는 것은
내 마음 환한 것 따라 등불도 환하다는 것 뿐
그대 사는 처마에 달아드리고 싶은
마음등이라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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