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꽃

2011. 9. 26. 07:22시 모음/시

 

 

 

고려엉겅퀴 꽃

 

엉겅퀴 꽃

유 진

 

따숩은 햇살아래 토닥토닥 자랄 때는

먼발치에 스쳐도 움츠려드는 미모사처럼

수줍고 해맑은 모습이었습니다

 

녹록치 않은 세상 하나씩 알아 가면서

두려움 마다 가시가 돋았습니다

거친 비바람에 휘청  휘청 흔들릴 때마다

눈물처럼 가시가 돋았습니다

 

지루한 장마 걷히고 고추잠자리 떼로 날 무렵

온몸 돋은 억센 가시를 방패막이로

자존심의 꽃대 도도하게 세웠을 때는

피멍든 외로움만 슬프게 남았습니다

 

허리 굽은 뒤에사 무거운 등 짐 부려놓을 줄

비로소 아는  나도  한 때는

수줍고 해맑은 모습으로 이름없이 살다가

자취 거두며 고요히 지는

작디 작은 꽃잎이고 싶었습니다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부석사  (0) 2011.10.15
그대 처마에  (0) 2011.10.07
가을이 아름다운 건  (0) 2011.09.24
호수  (0) 2011.09.20
파란 꿈  (0)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