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옥류천(玉流川)

2011. 7. 20. 00:37사진/궁궐

창덕궁 옥류천(玉流川)

옥류천은 창덕궁 후원 북쪽 깊숙한 곳에 흐르는 개울을 가리킨다.
인조 14년(1636년)에 커다란 바위인 소요암을 깎아 둥근 홈을 만들어 옥과 같이 맑은 물이 바위 둘레를 돌아 폭포처럼 떨어지게 만들었다.

임금과 신하들이 여기에 둘러앉아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었다.
근처의 소요정(逍遙亭), 태극정(太極亭), 청의 정 등과 함께 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하여 많은 임금들에게서 특히 사랑받았던 곳이다.
소요암에는 인조의 玉流川이라는 어필 위에 숙종의 오언절구 시가 새겨져 있다.

 

 

소요정(逍遙亭) 

한적하게 산보한다는 뜻이다.

소요는 먼 북쪽하늘 선계에 있는, 영혼의 고향인 北斗에서 마음 편하게 산책한다는 뜻도 된다.

북두가 있는 자미원 하늘이 이 앞에 펼쳐지고 있다.

 

산비탈 아래 샘이 있는데 어정(御井), 임금샘이다. 네모난  옥개석이 덮여있다.

                      

 

소요정에서 본 옥류천 전경

 

 

                              

 

                              

 

소요암 바위 아래쪽에 새긴 '옥류천' 세 글자는 인조의 어필이고(1636년),

그 위에는 숙종이 지은 오언절구 시(1690년)가 새겨져 있다..

 

임금샘(御井)이 있는 북쪽의 자그마한 정자 청의정,  맑고 푸른 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곳이란 뜻이다.

가는 기둥 위에 둥근 지붕을 하고 이엉을 이었다.  조그만 논 속에 있다.

 

 

" 흐르는 물은 삼백 척 멀리 날아 바로 코앞, 서쪽 산비탈 아래에 샘 하나가 보인다. 네모난 옥개석이 덮여있다. 창덕궁의 수많은 샘 중에 서서 가장 물이 좋다는 어정, 임금샘이다. 1636년 인조 임금이 팠다고 한다. 바위 속에서 솟아오르는 석간수는 직경 30센티 정도의 돌확을 만들어 일단 고였다가 동쪽으로 흐르도록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쪽에서 솟아나 동쪽으로 흐르는 서출동류(西出東流)의 물이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정기가 서린 정화수는 하늘의 문이 열리는 자시에 북두칠성이 내려준다고 보고 있다. 밤 12시께 북두칠성의 국자 부분이 땅을 향해 기울 때 국자 속의 '하늘 물'이  국자 속 가운데 몸을 담그고 있는 천일성에서 태일성을 거쳐 새을자 모양으로 흐르는 서쪽 자미성 7개 별을 통해 지상에 떨어진다고 봤다. 때문에 간절한 기도나 제례에 올리는 물은 자시의 물을 제일로 쳤다. 우리의 역사서 '환단고기'에 나오는 인류의 조상인 나반과 아만이 하늘의 계시를 받아 혼례를 한 정안수(明水, 玉水)가 바로 이 천일생수(天一生水)이다. 하늘에서 땅의 제일 높은 못에 내려온 이 물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봤다. 바로 이 같은 생각이 이 샘의 물을 동쪽으로 흐르도록 해 놓았다고 보는 것이다. 새을자(乙) 모양의 홈을 파 천 일생 수하는 아홉 별 모양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더욱 절묘하다.  여기다 물이 지나가는 한 복판에 높이 2미터가량의 뫼산(山) 자 모양의 바위산을 만들어 놓았다.  태산북두의 형상이다. 태산을 휘돌아 흐르도록 곡수구(曲水溝)를 얕게 파고 또 산높이만큼의 폭포를 파내 그 아래로 떨어지도록 연출을 해놓았다. 바위 몸통 아래쪽에 새긴 '옥류천', 세 글자는 인조 임금이 직접 썼다.  그 위에 1690년 숙종 임금이 지은 오언시가 눈길을 끈다.

 

飛流三百尺    흐르는 물은 삼백 척 멀리 날아
遙落九天來    구천에서 떨어지는 물
看是白虹起    흰 무지개 일고

飜成萬壑雷    온 골짜기에 천둥 번개로다.

 

시 속의 요(遙)는 북두칠성의 별칭일 것이며 구천은 바로 천 일생 수하는 북극성을 감싸고 있는 서쪽 자미성, 아홉 별일 것이다. 고작 높이 2미터가량의 작은 폭포지만 그 위에 버티고 앉은 바위산을 태산으로 본다면 '날아 흐르는 물 삼백 척'이란 표현이 실감이 난다. 2미터의 산이지만 2백 미터 높이의 산이라고 그려 본다면 3백 척은 3천 척 높이의 장관으로도 된다.  이 모든 자미원의 하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요정이 바로 자미원이자 자미궁인 것이다. 여기서 아래로 '임금샘'인 북두와 구천을 내려다보며 땅의 세계를 조망하는, 잠시만이라도 하늘의 신선이 된 기분으로 실눈을 뜨고 봐야 옥류천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상상력을 갖느냐이다. 작은 바위산과 폭포를 만들어 놓고 '비류삼천척'이란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뛰어난 발상이다.  이 같은 상상력이 아니면 이런 걸작은 어림도 없다. 구중궁궐, 창덕궁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 그곳에 태산북두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옥류천 일대는 임금샘, 계류(溪流), 돌다리, 연못. 수전(水田), 암반, 북쪽 하늘을 상징하는 정자, 폭포, 수림이 한데 어울려 절묘한 계원(溪苑)을 만들어내고 있다."

( 김대성의 '차문화 유적 답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