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1. 10:26ㆍ사진/야생화
금꿩의 다리
김 승 기
날지 못하는 새, 금꿩은
대신 세상을 자줏빛 다리로 걷는 법을 알아
길쭉한 다리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길 때마다
넘어질까 퍼덕퍼덕 날개 펼치면
이파리 너울너울 푸르렀다 희었다 춤을 춘다는데,
검은 표범나비 제비부전나비 줄래 줄래 따라와 꽃 핀다 꿀 흐른다 소리치며 매달리고
검은머리노랑배멧새 검은등알락할미새 울음소리도 덩달아 뛰어내려와 날개 위에서 팔딱팔딱 뒤웅박질을 한다는데,
뼈와 살과 피부까지도 금색인 금꿩이라서
금빛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본다는데,
울음도 금빛이어서
보이는 모든 것이 무지갯빛 황홀한 기쁨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웃음과 환호성뿐이라는데,
웃음소리 울음소리 떨어진 자리마다엔 자줏빛 줄기로 쭉쭉 키 늘이며 꽃술 노랗게 꽃이 핀다는데,
그래서 뜨거운 여름날도 숲 속은 언제나 시원하게 맑아
더위에 지친 영혼 식히려 너도나도 모여든다는데,
그 날갯죽지 품이 어찌나 그리 넓은지,
이건 모두
독을 약으로 발효시킬 줄 아는
어린잎 자줏빛 줄기를 꿈꾸는 천성 착한 너의
깃털 하나하나에서 뿜어내는
애틋한 마음,
꽃은 그렇게 피는 것이라네.
□금꿩의 다리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물가에 자생한다. 대형으로 키가 크고 전체에 털이 없으며 줄기는 가지가 갈라지면서 자주색을 띤다. 잎은 어긋나는데 3~4회 3출엽으로 된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거꾸로 된 계란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2~3개의 둔한 톱니가 있고 뒷면은 흰빛을 띤다. 7~8월에 홍자색의 꽃이 줄기와 가지 끝에서 피는데 수술과 꽃밥은 노란색이다. 9~10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날개 같은 능선이 있다. 어린잎과 어린줄기는 식용하고, 한방에서「마미련(馬尾連)」이라 하여 뿌리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