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2010. 10. 11. 16:32ㆍ시 모음/시
용문산
노 현 숙
늦가을 골짜기
물소리
새소리
상치빛 하늘의 건반을 두들기고 있다
너를 처음 만났던 날
짙은 향내음으로
정지되었던 나는
국화향 가슴이었고
흔적없이 돌아선 너를
마른 손끝으로
매달려 보지만
차디찬 침묵 뿐
아직도 너를 부르고 있는
그리움의 메아리만
바람으로 불어 오고
벌거벗은 가을이
균열의 시간들을
갈대빛 햇살에
뿌리째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