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계령에서 대청봉

2010. 8. 13. 12:04나를 찾아 걷는 길/설악산 산행

설악산 산행  (1)

 (2010.8.9-8.11)

 

2010.8.9 월요 흐린 후 맑음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 40분 속초행 버스에 탑승한다.

버스는 춘천고속도로를 거쳐 1시간 5분 만에 홍천 화양강랜드 휴게소에 도착한다.

먹장구름이 몰려 오더니 하늘을 덮어 버린다.

곧 비라도 쏟아질 기세다.

남쪽 먼 바다에서 태풍이 오고 있다는 TV뉴스를 듣고 집에서 출발한 관계로,

이번 산행은 아마도 우중 산행이 될 것이라 짐작한다.

다만 태풍의 크기와 이동 방향, 속도에 따라 다소의  변수는 있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쾌청한 날씨로 변해 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산맥을 축으로 영서와 영동의 날씨 변화인 것으로 추측된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산행 준비를 마친 후, 휴게소 옆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시간은 09: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 걷는 산길은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에 올라  끝청을 거쳐 대청봉에 올랐다 중청대피소에서 일박하는 것이다.

 

가파른 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후덥지근한 땅의 열기로 비오듯 땀이 흐른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야생화가  새 며느리밥풀꽃이다.

 

                                      

 

 

산길을 걸어 오른다.

숲 속 눈길이 머무는 곳에 단풍취가 보인다.

벌이 꽃 속으로 머리를 넣고  꿀 채취에 몰두하고 있다.

   

 

 

 

몰두하는 모습, 열정적인 모습을 볼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

 

울울한 나무와 숲의 산길을 걷는다.

나뭇잎과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은 온통 푸른 물감과 흰 물감을 풀어 칠해 놓은 것 같다.

나의 온몸도 땀으로 색칠해지고 있다.

푸른색, 흰색, 초록색으로 칠해지고 있다.

나의 마음과 나의 육신을 물감을 풀어 채색하듯 그렇게 칠해가고 있다.

 

 

 

 

녹색 나뭇잎은 태양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태양에 빛나는 녹색 숲길을 걸어간다.

네댓 명 학생들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렇게 걸어간다.

 

 

 

모싯대가 보인다.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 윗부분에 종 모양의 자주색꽃이 땅을 보고 피어 있다.

종처럼 생긴 꽃들은 땅을 보고 핀다.

어둠을 환히 비추는 초롱불과 같다 하여 초롱꽃과 이다.

도라지처럼 생긴 뿌리는 캐어서 나물로도 먹는다.

 

무너져 내린 박새가 보인다.

박새의 꽃은 원추꽃차례에 녹색꽃이 촘촘히 화려하게 피었었고, 줄기를 감싼 잎은 한 때 당당했었다.

그러나 꽃이 지니  원추꽃차례에는 새까만 열매가 달리고,  잎은 시꺼멓게 변하여 녹아 떨어지는 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러나 또 다른 잉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고성쇠 하는 대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숨어서 피는 들꽃

들어내지는 않지만,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들꽃들을 보노라면 경외감을 느낀다.

 

흰 송이풀, 금강초롱꽃이 보인다.

 

 

 

 

 

둥근이질풀, 말나리, 동자꽃이 숲 속에서 환히 웃고 있다.

 

 

 

 

 

 

 

이곳저곳 숲 속을 기웃거리며, 나무와 숲 속에서 자연과 대화하며 걷는 길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온통 땀범벅이 되어 허위허위 끝청을 오른다.

후드득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끝청 바위 위에서 앞을 바라보니, 주걱봉 위로 구름 기둥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천변만화하는 구름의 조화를 바라본다.

"저기 보세요 구름이 참 신기하지 않아요?"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예, 그렇군요......"

 

 

 

 

 

 

 

 

 

우주 공간에 그리는 대자연의 예술을 감상하고 대청을 향하여 걷는다.

비는 다시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시시각각 날씨가 변화한다.

 

둥근이질풀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중청 산기슭을 돌아나가니 중청대피소가 눈앞에 보인다.

 

 

 

대피소에 도착 시간은 17 :05분이다.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 있다.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온몸이 뻥 뚫리듯 시원하다.

간단히 식사를 끝내고, 자리 배정을 받아 배낭을 벗어 놓고 대청봉을 오른다.

 

처음 보는 조그만 들꽃

높은 산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네귀쓴풀'

연보라색 꽃이 여러 개가 모여 달리고,  전체가 원뿔 모양을 이루고 있다. 

4장의 타원형 꽃잎에는 검은 자주색 점이 박혀 있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금강초롱꽃이 환히 웃으며 반겨주고 있다.

 

 

 

 

 

높은 산 숲 속이나 바위틈에 자라는 금강초롱꽃은 기품이 있고 우아하다.

주위를 환히 밝혀주는 초롱불이다.

 

대청봉은 오늘 또 한 번  우주공간 예술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강풍이 불어와 대청봉을 뒤덮은 운무를 모두 몰아내고 나니, 푸른 하늘에는 석양이 빛나기 시작한다.

어! 어! 대청봉에 올라있던 사람들이 탄성을 발하기 시작한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올라 천태만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간예술을 보여준 후 대청봉은 다시 강풍과 함께 운무로 뒤덮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의 일기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그리고 운무

강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대피소로 들어간다.

내일 일은 내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결정하기로 하고 침상에 고단한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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