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풍경
11월 풍경 (宵火)고은영 억새꽃 무리지어 싸늘한 바람에 흐르나니 새들은 떼지어 사랑을 찾아 날아가네 창백한 아침이면 계절 가득 들녘에 피는 서리꽃 가난한 자들의 눈 위로 자꾸만 그리운 안부를 묻네 삭막한 거리여 식어가는 대지에 마지막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픈 기억을 안고 이별의 슬픈 하강 곡선에 제 몸을 누일 것이냐 움츠리는 가슴 찬 기류 속을 달려온 세월이여 방황하는 모든 것들과 계절도 제가 돌아가야 할 길을 알고 사랑과 이별의 아픈 선로에서 말없이 떠나 보내고 남아 있어야 할 것들의 서러움을 노래한다 겨울의 목전에 서서 아, 우리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따뜻한 기억의 사랑을 회복할 것이냐
201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