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팔만대장경 한 이 나 마음 '심心'자 한자 위에 떠 있는 팔만대장경이 마음을 들어내자 가볍게 사라진다. 행방이 묘연하다. 울타리 밖에서 서성이던 팔만 지옥의 근심이 기댜렸다는 듯 곧장 달겨드는, 백지 한 장의,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인,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나 했던가. 아무 일도 없는 듯 하루가 이틀이 한 달이 무심히 건너간다. 까맣게 꿈을 잊고 있다가 보면 뜬금없이 우주 저쪽에서 모르스 부호가 울릴지도 모르지. 마음 '심心'자 한자 위에 다시 세운 팔만대장경이 기우뚱 오후 두시로 기울어져 있다.
201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