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여행(Milky Way Road Trip)
산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이 가을 나는 나그네가 되어본다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나 홀로 훌쩍 떠나는 시간만큼은 자유로운 영혼의 걸림 없는 여행이 된다. 산길에는 나그네를 맞는 구절초의 꽃망울이 수줍은 향기를 짙게 건네준다. 가을 산으로 오르는 길목으로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잎사귀들이 벌써 이른 수채화를 잔뜩 풀어 놓았다. 어느 임의 화실에서 걸어 나왔는지 나그네의 마음까지 아름답게 채색되어 가는 것 같다.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옥수를 한 모금 마셨다. 깊은 산골을 돌고 돌아오면서 산삼도 씻어주고 더덕도 몸 담그고 노루의 맑은 눈물도 보태졌으니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겠는가. 또 한 모금을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다. 가을엔 자연 속으로 떠나야 한다. 홀로 떠나야..
202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