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의 열병(熱病)
바다에의 열병(熱病) 존 메이스필드 (영국 1878~1967)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높다란 배 한 척과 그 쪽으로 배를 몰고 가야할 별 하나와, 그리고 물살을 차는 키 바퀴와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흰 돛만 있으면 그만이다. 수면에 깔리는 잿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아니라고 부정(不定)할 수 없도록 밀려오는 조수 같은 물결이 부르는 흰 구름 떠도는 바람찬 날이면 된다. 그리고 흩날리는 물보라와 부풀어 오르는 물거품, 갈매기의 울음소리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다. 떠도는 집시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갈매기가 가는 길, 고래가 가는 길을 ..
201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