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필(足筆) 이 원 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