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노 현 숙 늦가을 골짜기 물소리 새소리 상치빛 하늘의 건반을 두들기고 있다 너를 처음 만났던 날 짙은 향내음으로 정지되었던 나는 국화향 가슴이었고 흔적없이 돌아선 너를 마른 손끝으로 매달려 보지만 차디찬 침묵 뿐 아직도 너를 부르고 있는 그리움의 메아리만 바람으로 불어 오고 벌거벗은 가을이 균열의 시간들을 갈대빛 햇살에 뿌리째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