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梧桐)
오동(梧桐) 김 승 기 너와 나의 순결한 만남을 위해 태초부터 계속한 몸짓 맑은 햇살 아래서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 꽃항아리 가득가득 하늘을 채우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대지를 가리우고 나면 죽어서도 악기가 되어 우주를 노래하는 너 너의 몸에서는 향기로운 소리가 난다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려야 또 얼마나 크게 팔을 벌려야 하늘의 가슴을 안아들일 수 있을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 번개 구름 속의 비까지도 모두 너에게 주어야 하리 우주가 하나의 열매로 맺혀 툭툭 떨어질 때까지 오늘도 비바람 맞으며 옷을 벗는 연습을 한다
201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