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초입
여름 초입 박 종 영 산아래 묵정밭 귀퉁이 단감나무 몇 그루, 올해도 연둣빛 그늘로 찾아 와 나른한 바람을 치근댄다 새잎 가지마다 다닥다닥 숨은 감꽃 오므린 입술꼭지를 콩콩 쪼아대는 방울새 날개 치는 소리 간지럼 타는 듯 비비 꼬는 감나무 밑동에 옹기종기 청아한 바람이 옷섶을 파고들고, 그렇게 초여름은 푸르게 익어 가고, 밭둑 가시덤불 밀어내며 억척스레 뿌리내린 들 찔레, 보드라운 새순 한 개 꺾어 초록 얼굴 살살 벗긴 다음 한입에 깨물으니 오소소 열리는 파란 하늘 어느새, 무성한 여름이 마음속 텅 빈자리 채워주며 서 있구나
201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