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아직
어둠이 아직 나 희 덕 얼마나 다행인가 눈에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별들이 반짝이는 동안에도 눈 꺼풀이 깜박이는 동안에도 어둠의 지느러미는 우리 곁을 스쳐가지만 우리는 어둠을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 뜨거운 어둠은 빠르게 차가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우리는 어둠의 온도와 속도도 느낄 수 없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 아, 얼마난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
201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