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소리
소리 없는 소리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이다.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를 듣고 토끼나 노루가 푸석거리면서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꽃피는 소리를, 시드는 소리를, 지는 소리를, 그리고 때로는 세월이 고개를 넘으면서 한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므로 듣는다는 것은 곧 내 내면의 뜰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말대꾸를 하고 난 후면 허전하기 이를 데없다. 목젖까지 찰랑찰랑 고였던 맑은 말들이 어디론지 새어 버린 것 같다. 지난여름에도 아랫절에 내려가 수련을 하는 학생들한테 서너 시간 지껄이고 났더..
201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