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시를 두고 이 성 선 산에 모자를 두고 돌아왔네. 어느 산이 내 모자를 쓰고 구름 얹은 듯 앉아 있을까. 산에다 시를 써 두고 돌아왔네. 어느 풀포기가 그걸 밑거름으로 바람에 흔들리다가 꽃을 피울까. 산물을 들여다보다가 그 속에 또 얼굴마저 빠뜨리고 돌아왔네. 달처럼 돌에 부딪히고 일그러져서 어디쯤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