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의 가을
배롱나무의 가을 김 승 기 겹겹으로 받은 사랑 하늘로 땅으로 다시 돌려줘야지 봄부터 몸치장을 빛내준 푸르른 잎이여 기쁨으로 여름을 출렁이게 해준 꽃들이여 참 행복했었네 화려했던 옷가지들 다 벗어 주고 햇살 아래 드러나는 매끄러운 백골만으로도 풍성한 가을이 될 거야 아름다웠던 시간들은 뼛속 마디마다 갈무리해 두고 꿈꾸는 잠으로 겨울을 맞이해야지 이제부터 즐기는 외로움 그 외로움 뒤에 새로운 봄이 있어서 오히려 겨울이 따뜻할 거야 배롱나무의 가을은 이렇게 행복하다
201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