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인 걸(2)
-
일몰(日沒)
일몰(日沒)박 인 걸 하루 종일 걸어온 길에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서산마루에 간신히 걸린 해는마지막 노을을 온 누리에 붓는다.허공을 건너는 머나먼 길은아찔하고 두려운 모험이지만무사한 행로의 감사함을황홀한 빛으로 외어 올린다.일제히 기립한 나무들은손을 흔들어 답례하고때마침 날던 청둥오리 떼도 두 발을 가슴에 모은다.파란(波瀾)의 날을 곱게 끝내고숙면(熟眠)에 드는 태양처럼나 살다 곱게 늙어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구나.
2019.11.10 -
소나무
소나무 박 인 걸 살아서 천년을 한결 같이 푸르게 죽어서 관솔로 천년 은은한 향 폭풍우 몰아쳐도 품위 있게 흔들릴 뿐 輕薄한 비명으로 흐트러지지 않는다. 숲이 옷 벗을 때 속살 드러내지 않고 울긋불긋 요란을 떨어도 곁눈질 하지 않는다. 삶이 무거워 등줄기 골이 파여도 巨木이 되는 꿈 하나로 구별되게 사는 나무
201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