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연잎 접듯 유 재 영 어린 구름 배밀이 훔쳐보다 문득 들킨 고개 쳐든 자벌레 이끼 삭은 작은 돌담 벽오동 푸른 그림자 말똥처럼 누워 있다 고요가 턱을 괴는 동남향 툇마루에 먹 냄새 뒤끝 맑은 수월재 한나절은 바람이 연잎을 접듯 내 생각도 반그늘 차 한 잔 따라 놓고 누군가 기다리다 꽃씨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 먼 그때, 약속 같은 햇빛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