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에서
모항에서 김 혜 선 그대 등 뒤에서 노을을 보았네 낮출수록 잘 보이는 것이 인생이라며 낮게 낮게 가라앉았네. 번지는 노을을 보며 나는 들었네 들녘의 곡식 기우는 소리 내 빈속의 바람소리 이루지 못한 꿈 하나씩 살라 먹으며 앉은뱅이꽃으로 주저앉은 내가 세월의 그늘 밑에서 뿌려지는 햇살 한 줌 이고 사는 동안 닫아건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자기 몸을 낮추고 있는 그대 등 뒤에서 나는 보았네 두근거리는 꽃이 되는 날 있을 거라며 그대에게 노을꽃을 만들어 주는 어둠 그대 등 뒤에서 노을을 보았네 숙일수록 잘 보이는 것이 인생이라며 깊이 좀더 깊이 고개 숙이고 있었네.
201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