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에서의 몽유(夢遊)
내소사에서의 몽유(夢遊) 김 경 윤 눈발이 성성한 한겨울인데도 내소사 대웅전 창살에 국화꽃이 만발했다기에 혹, 국화 향기라도 맡아볼까 어두커니 새벽 염불소리에 마음이 먼저 山門을 지나 꽃밭에 갔지요. 그예 능가산 기슭 꼭두서니빛 아침햇살에 우련히 피어난 화사한 꽃들. 창 밖을 아무리 기웃거려도 끝내 향기가 없어 그저 색 바랜 꽃살문만 만지다 내려오는 길에 지장암 비구니 스님이 하도나 곱다기에 잠시 들렀는데요. 글쎄 대웅전 창살에 피었던 그 국화꽃 향기가 그새 바람결에 건너온 겐지, 스님이 건네주는 茶香이 어찌나 그윽하던지 한참을 그 향기에 취하여 넋 놓고 바라보니, 오롯이 가부좌로 앉아 계신 늙은 비구니 스님의 얼굴에도 성긋성긋 국화꽃이 피어 방안이 다 환해지고요 그날 山寺를 내려오는 눈밭에 새긴 내 발..
201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