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십일월 배 귀 선 사랑하지만 보내야하겠어 텅 빈 적막 늦가을의 고요 홀로 깊어지는 속뇌임 누구와 달빛사랑 꿈꾸고 있는지 자꾸만 지워지는 이름 앞에 붙들고픈 십일월! 문득 주민등록증을 보다가 황당한 느낌이 들어 내 나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허둥대던 날처럼 아직도 욕심의 언저리 벗어나지 못하고 늦가을 저녁의 풍요를 꿈꿨어 해는 자꾸 서쪽으로 기울잖아 이젠 십일월의 나무처럼 내려놓을 때가 되었어 나무 정 현 복 아름드리 나무이든 몸집이 작은 나무이든 나무는 무엇 하나 움켜쥐지 않는다 바람과 비와 이슬 햇살과 별빛과 달빛 온몸으로 포옹했다가도 찰나에 작별하는 비움의 미학으로 산다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굳게 지키면 그뿐 눈부신 꽃과 잎새들도 때가 되면 모두 떠나보내 한평생 비만증을 모르고 늘 여린 듯 굳건한 생명..
201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