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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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
둥글레 김 윤 현 살아가는 일에 자꾸만 모가 나는 날은 둥근 얼굴로 다소곳하게 고개 숙인 너에게로 살금살금 다가서고 싶다 더 둥글게 열려있지 못해 우리 사이에 꽃을 피우지 못했던 날을 생각하면 마음은 계곡처럼 깊게 파인다. 잎을 꽃처럼 달고 사랑을 기다려보지만 내게는 바람 부는 날이 더 많았다 아직 내 사랑에는 모가 나있는 날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꽃을 잎처럼 가득 차려 두기 위해서는 내 사랑이 더 둥글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우리 서로 꽃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2010.06.27 -
괭이밥
괭이밥 김 윤 현 나지막하게 얼굴 내밀면서도 미나리아재비꽃 아래서도 웃고 까마중 아래서도 작은 얼굴로 그래그래 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다 맡겨도 잃을 것이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인 듯 어디 굴뚝새 소리 들으려 귀는 열어둔다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길가도 마다 않고 많이 차지하지 않으려 하여 하늘처럼 곱다. 바람에 고개 살랑살랑 흔들며 밤하늘의 별빛 받아 꿈을 키우면서 꽃무릇 아래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질경이 사이에서도 작은 얼굴로 응응 한다 어떤 날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마술사처럼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을 활짝 펴주기도 한다
2010.05.06 -
개별꽃
개별꽃 김 윤 현 한 발짝 물러나면 생은 꽃이 되고 하늘에 오르면 반짝이는 별이 된다 두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꽃은 별처럼 반짝이고 별은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행복은 꽃씨만 하다는 생각에 홀로 피어도 외롭지 않아서 그럴까 작은 소망이 뿌리 내려 꽃잎이 하얗다 스스로 피고서는 함께하는 나날이 땅에서는 꽃이 되고 마음에서는 별이 된다
2010.05.02 -
노루귀
노루귀 김 윤 현 너를 오래 보고 있으면 숨소리는 작은 꽃잎이 될 듯도 싶다 너를 오래오래 보고 있으면 귀는 열려 계곡 너머 돌돌 흐르는 물소리 다 들을 수 있을 듯도 싶다 아,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듯 내 마음 속에 등불 하나 환히 피어나 밤길을 걸을 듯도 하다 마음으로 잡고 싶었던 것들 이제는 다 놓아줄 것도 같다 너를 보고 있으면
201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