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3)
-
그믐달
그믐달 나 도 향(羅稻香 : 1902-1926)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온갖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에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과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승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 한등(寒燈)에 정든..
2023.09.07 -
그믐달
그믐달유 진 세상의 통로를 모두 닫았다 수천수만의 깃발로펄럭이는 소리들도밝고 어두움의 빛들도어제와 내일의 시간도흔적 없이 사라지고 나와 남이 따로 없고있고 없음도 아닌 허공 속에알맞게 미소 짓는 내 안의 나□그믐달그믐은 음력으로 달의 마지막 날인 29일 또는 30일을 뜻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믐은 삭일(朔: 매달 음력 초하룻날) 전날이다. 삭일(朔日)은 삭(朔)이 속한 날이며, 삭(朔)은 달이 황도(黃道)를 지나는 순간이다. 그믐달은 보름달의 반대로서 가장 작아진 달을 말한다. 그믐달은 새벽녘이 돼서야 나오므로 관측이 힘들 뿐 아니라 그렇게 잠시 새벽에 동쪽하늘에 보였다가 해가 뜨면 곧 여명 속으로 사라지므로 관측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믐달의 관측기록이 되어있지 않는 대신 그믐달..
2022.06.27 -
그믐달, 목성, 금성
달 함 민 복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 그믐달과 상담하면 움푹 비워진다 달은 마음의 숫돌 모난 맘 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 달 그림자 내가 만난 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
202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