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숲길 권 경 업 숲은, 제 몸 갈라 길을 냈습니다 시닥나무 물들메 까치박달 아기배나무 사이 실개천 지나 타박타박, 길짐승 산책하며 부엉이랑 올빼미 밤이면 깃 내립니다 가끔, 야산(野山) 비둘기 자고 가는 신갈 숲 속 장끼 까투리, 갈잎 덤불 긁어 모아 살림 내는 날 산(山)사람 몇 지나갔습니다 얼마 뒤, 그들 품에 열리는 오솔길 한 올 누군가가 열리는 그 오솔길로, 다시 조잘대며 지나갑니다 "들리니 들려 저 새소리 물소리하며 조릿대 헤집는 저 바람소리하며 어머나어머나 저기 장당골 함박꽃 향기 자옥한 아침이 밝아 오는 길" 스스로를 비워 낸 길 서로가 서로에게 길 되어 세상의 모든 길, 동무 되어 갑니다
201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