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고목 이 성 선 산에 가서 바라보면 살아 있는 나무보다 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바위 끝에 우뚝 강골로 서서 꼿꼿이 하늘을 찌르고 허공을 찌르고 해와 달을 찌르고 혼자 눈비바람에 견디는 뼈대만 남은 그 모습이 더 위대하다. 죽어서 살아 있는 나무보다 더 큰 새를 앉히고 죽어서 더 편안하게 안개에서 풀려나고 죽어서 더 엄정히 저 아래 어지러운 땅을 굽어보며 침묵으로 말한다. 썩은 살은 던지고 버리고 최후의 몸뚱이만 불꽃처럼 남아 부러진 팔 그대로 벌리고 하늘 아래 섰다. 천둥번개 치면 기괴한 모습 더 드러나 어둠에 거인으로 떠오른다. 아아, 그를 바라보면 단단한 삶만이 죽어서 향기를 뿜는구나. 그 곁에 서면 죽음이 오히려 삶 위에 있다.
201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