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2010. 1. 28. 10:49ㆍ시 모음/시
사랑 이야기
정 연 복
겨울 찬바람을 알몸으로 버티어 온
나목(裸木)의 가지들과
하늘하늘 내리는 눈송이가 만나
서로 뜨겁게 보듬어 안는다
처음에는 사르르 녹더니
쌓이고 또 쌓여
이윽고 가지마다 눈꽃이 피네
그래서 가지들은 따뜻하다
허공을 맴돌던 눈송이는
오붓이 제 집을 찾는다
삭풍 한번 몰아치거나
한줌의 햇살이 와 닿으면
덧없이 스러질 사랑인데도
오!
저 여리고 가난한 목숨들의
단단한 포옹
찰나의 눈부신 동거(同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