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8. 20:20ㆍ사진/나무
□500년 수행 섬피나무 고목
울릉도 성인봉을 중심으로 미륵산, 형제봉 그리고 말잔등 나리령으로 이어지는 해발 600m 이상의 산등성이를 따라 형성된 원시림은 1967년 7월에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었다. 성인봉 원시림에 자생하는 식물은 약 750여 종이 있다. 너도밤나무, 우산고로쇠나무, 섬피나무, 섬단풍나무, 섬벚나무, 두메오리나무, 섬조릿대, 섬말나리 등의 울릉도 특산식물과 산나물들이 들어차 있으며, 갖가지 활엽수로 울창한 원시림의 바닥에는 공작고사리, 일색고사리 등이 가득 차 있다.
성인봉에서 나리분지로 하산하기 위해 계단 길로 내려선다.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자욱한 안갯속에 구불구불한 나무들이 몽환적으로 보이는 신비로운 원시의 비경이다.
첫 번째 계단이 끝나기 직전 계단 옆 공터에 "성인수" 샘터가 있다.
높은 석축 아래 불쑥 내민 용머리에서 분출하는 물줄기가 돌확에 힘찬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성스러운 산 성인봉 아래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받아 성인봉을 담아 마신다.
울릉도는 화산이 분출한 화산섬임에도 다른 섬과 달리 샘터도 많고 물맛 또한 좋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무심히 지나치다 계단 옆 샘터를 발견하고 다시 돌아가 성인수를 받아 마신다.
원시림 속의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걷는다
보호목 울타리를 두른 500년 된 고목 섬피나무가 보인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또 버려 몸을 허공 같이 비우고 있다.
텅 빈 마음으로 허공을 머금고 있는 고목
500년 수행한 수행자의 고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랫 줄기 몸통은 허공처럼 비웠으나, 줄기 위쪽 나뭇가지에는 무성한 푸른 잎을 매달고 해탈의 푸른 꿈을 이어가고 있다.
千思萬思量 紅爐一點雪
泥牛水上行 大地虛空裂
천 갈래 만 갈래 온갖 생각들도
붉게 타는 화로에 떨어진 한 점 눈이로다.
진흙으로 빚은 소가 물 위를 걸으니
대지와 허공이 다 찢어진다.
청허 서산대사의 임종게이다.
'삶과 죽음에 차별을 두니 번민하고 갈등한다.
삶과 죽음의 차별에서 벗어날 때 붉게 타오르는 화롯불 속에 눈 한 점이 떨어져 흔적 없이 사라지듯 모든 생각들이 증발하여 소멸된다.
진흙으로 빚은 소가 물속을 걷는다면 물에 씻겨 궁극에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물과 흙의 경계가 없어지고 모든 것이 하나로 결합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란 시공간도 대지와 허공이 따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
차별을 버리고 합일의 세계로 가는 짧은 순간이 바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순간인 것이다.'
고목소리 들으려면
조 오 현
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 소리 들으려면
속은 으레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
그 물론 굽은 등걸에
매 맞은 자국들도 남아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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