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9. 11:24ㆍ사진/사찰
□백담사(百潭寺)
백담사(百潭寺)는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외가평에서 동남쪽 약 8 km 되는 내설악 쪽에 있는 절이다.
상대적으로 번잡했던 외설악에 비해 한적하고 원시림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한 내설악의 입구에 위치해서 봉정암, 오세암 등 외딴 암자를 산내암자로 거느리고 있는, 내설악산을 대표하는 도량이다.
전설에 의하면 백담사라는 사찰의 이름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潭)이 100개가 있는 지점에 사찰을 세운 데에서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율사가 장경(藏經)을 전하고 율종(律宗)을 창건한 한계리 한계사의 고찰이다. 수차에 걸쳐 큰 화재를 입어 자리를 옮겨 다시 짓기를 반복하면서, 운흥사, 심원사, 선구사, 영취사로 불리었다.
백담사로 개칭한 것은 최붕과 설담이 절을 중건한 1783년(정조 7)이었고, 이때의 백담사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백담사 사적기'에 의하면 부속암자로서 유지만 남아있는 곳으로 동암, 원명암, 백련암, 축성암 등 8개의 암자가 있었다.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사는 1905년 이곳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하여 깨달음을 얻어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과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를 집필하고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발표하는 등 불교유신과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일제의 민족 침탈에 항거하여 민족독립운동을 구상하였던 독립운동의 유적지로서도 유명하다.
해방 이후에는 6.25 전쟁으로 모두 불탄 것을 1957년에 다시 세웠다.
제6공화국 성립 이후 1988.11.23일부터 1990.12.30일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머물며 은둔 생활을 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백담사에는 극락보전, 나한전, 산신각, 법화실, 화엄실 등 기존 건물 외에 만해 한용운 선사의 문학사상과 불교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만해기념관과 만해 교육관 외에도 일주문, 금강문, 불이문, 만복전, 요사채, 만해당, 농암실, 적선당 등 24개의 건물들이 있어 한국의 대표적인 고찰로 인정받고 있다.
백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기초선원으로 지정되어 갓 득도한 승려들이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
님의 침묵
한 용 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韓龍雲 : 1879-1944)은 식민지 시대를 살다 간 혁명가이자 수행자이다.
속명은 정옥(貞玉), 법명은 용운(龍雲), 호는 만해(萬海).
1905년 백담사에서 출가하였고, 이후 1917년 12월 3일 설악산 오세암의 깊은 밤, 좌선중에 홀연히 깨달음의 문을 여니 그때의 벅찬 감회를 이렇게 읊고 있다.
"男兒到處是故鄕(남아가 가는 곳이 바로 고향인 것을)
幾人長在客愁中(나그네 수심에 오래 잠긴 이가 몇이던가)
一聲喝破三千界(한 소리 질러 삼천 세계 깨뜨리니)
雪裡桃花片片飛(눈 속에 복사꽃이 흩어져 날리네)"
1919년 3.1 운동을 계획하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 민족 세력을 규합해 독립운동을 하고 일제의 압력에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시인으로서 주옥같은 작품들을 통해 한글 문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고, 승려로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조선 불교의 개혁에도 앞장섰다. 1926년에 펴낸 '님의 침묵'은 그의 유일한 시집이며 '님의 침묵'의 표제시이며 서시이다
알 수 없어요
한 용 운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나의 꿈
한 용 운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이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당신의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겠습니다.
꿈이라면
한 용 운
사랑의 속박(束縛)이 꿈이라면
출세(出世)의 해탈(解脫)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無心)의 광명(光明)도 꿈입니다
일체만법(一切萬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不滅)을 얻겠습니다
사랑하는 까닭
한 용 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나 없는 세상 - 山詩 30
이 성 선(李 聖 善)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속에는
산그림자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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