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4. 08:27ㆍ사진/한국의 산
북풍한설(北風寒雪)
김 상 협
그리움 곁에 남아
빈 밤을 흔드는데
꿈같은 지난 세월
세월 따라 가버렸나
스치는 바람 소리만
가슴속을 흔드네
백설(白雪)은 가지 위에
잔설로 남겨지고
기러기 날아가는
섣달 밤 북풍한설
뼈마디 스미는 바람에
잠 못 들어하노라
한 해의 마지막 일출을 보기 위해,
중청대피소에서 일어나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몰아쳐 눈보라가 휘날리는 상고대 핀 어둑어둑한 산길을 따라,
줄지어 오르는 산님들과 함께 설악산 대청봉을 오른다.
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린다.
정상에 오르니, 상고대가 허옇게 핀 대청봉 표지석이 우뚝 서서 반겨주며 "북풍한설에도 나 여기 잘 있소" 하는 듯하다.
이미 대청봉에는 수많은 산님들이 동해를 향해 서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운무가 장막을 치고 있다.
강풍이 운무를 몰고 가면 찰나적으로 해가 얼굴을 내민다.
그때마다 산님들의 탄성이 터진다.
산님들이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지고,
운무도 시시각각 하늘을 뒤덮었다간 흩어진다.
그럴 적마다 파란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그 순간마다 동녘 햇살을 받은 대청봉 표지석이 불그스레 환한 미소를 짓는다.
찰나의 황홀이다.
산님들이 흩어지고 북풍한설만 몰아치는 대청봉에 서서,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허공을 무연히 바라본다.
구름
이 성 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여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17.12.31 사진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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