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4. 13:15ㆍ사진/야생화
향일암에서 만난 둥근이질풀 / 김 승 기
사고로 다친 몸
며칠 동안 땀을 쏟아도
그리움의 뿌리 뽑히지 않더니,
백중날 보내온
향기 묻은 이메일 하나
일주문 계단을 밟는 발걸음이 가볍다
밝은 웃음 반가워
꺼끌꺼끌한 손으로 악수를 청한다
나비 매미 잠자리 메뚜기
이 세상 모든 곤충들이 우화를 시작할 때
애벌레 번데기의 거친 껍질을 깨고 나왔듯이
부드러운 네 꽃잎도
처음 세상에 나올 때는
내 손바닥처럼 거칠었겠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내미는 까칠한 손
변명삼아 자기위안을 하며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향일암의 일출, 바다를 뚫는 햇덩이만큼이나
백중날의 보름달만큼이나
언제 어디서 보아도 환한 얼굴
애써 그리움 뽑아버릴 이유가 없지
관음전 오르는 바위동굴 문을 들어서면
모든 것이 극락세계라며
꺼칠꺼칠한 내 손을 잡고도
찡그리지 않는 미소, 바다 되어
소용돌이치고 있다
아찔한 소용돌이
땀에 미끄러진 내가 빠지고
하늘이 빠지고
온통 산천이
폭
빠져버렸다
□둥근이질풀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 자생한다. 전체에 약간의 털이 나고, 줄기는 곧추선다. 잎은 마주나는데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잎자루가 길고,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잎자루가 거의 없거나 짧다. 잎은 다소 깊게 3~5갈래로 갈라지고, 갈래는 끝이 뾰족하고, 드문드문 톱니가 있다. 7〜8월에 연분홍색 또는 진분홍색의 꽃이 피는데 꽃잎은 5장으로 계란형이며, 9월에 촛대처럼 생긴 열매가 진한 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노관초(老鸛草)」또는「현초(玄草)」「현지초(玄之草)」라 하여 열매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흰둥근이질풀」이라고 하는데, 역시 한국 특산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