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까치수영

2012. 7. 15. 16:04사진/야생화

 

 

 

큰까치수영

 

 

이별이후

박 남 원 

 

1.

가진 것 없는 겨울나무위로 눈이 내립니다.

셀 수 없는높이에서부터 끝없는 시간을 달려온
눈의 흰 피부가 딱딱한가지에 찔릴 때마다
이제 그대 사랑하는법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절망조차 거듭되는용서로 되돌려보내고
고통스런 시간들이무수한 눈사태로 허물어진다 해도
눈은 저렇게 천지에내리고 마는 것을
옷깃으로 파고드는눈의 차가움으로 불현듯 깨닫습니다.


2.
지난여름 큰까치수영꽃피었던 자리에 풀잎은 지고
시든 풀들의 머리 위로거친 바람 스쳐 지났을 뿐
이후로 별은 내내 뜨지않았지요.
그렇습니다.
준비하지 않은 만남이안에서 스스로 빛나지 않았듯이
그대 떠난 자리에밀려드는 허전함도 어쩔 수 없이
내 것이어야 하고,
그조차 일찍이 깨닫지못한 까닭으로
더욱 괴로워야 했던무수한 밤 또한 내 몫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밤의어둠이 거센 물살로 밀어닥친다 해도
이제는 수없이 내 가슴제일 깊은 곳으로 되돌아와야 되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한정 없는 왱래의 순서.

 
3.
사랑했습니다.
내 마음 속 상처만큼사랑했습니다.
구름 너머 멀리 빛나는
아득한 별에게도 다하지 못할
마음은 이렇게 크게남아

흔들리며 내가 언젠가다시 내가 되는
자유, 혹은 그무엇으로든지 남아야만 되는
언젠가의 나를 찾아실낱처럼 껴안습니다.


4.
당신이 떠남으로 해서나 또한
나의 시간을 가질 수없다가 오늘은 비로소 즐겁습니다.
내린 눈 위로 햇빛이엷게 다시 빛나고
내 말없음이 그 위로조용히 걸어갑니다.

지난여름 이후 꽃은피었다 지고
수많은 날들을 밤비는내리고
바람이 불었던 것 역시사실이었지만,
오늘 지상에 내리는 눈또한 어디론가
그 의미를 남기고떠나가겠지요.

 
5.
먼 산을 향해 내그리움의 목을 드리웁니다.
겨울 푸른 하늘 꿈꾸는시간들이 자유롭고
멀리 북만주 같은 데서날아온 희망의 제비물떼새
한 마리 상상 속을날아갑니다.
이제 꽃피는 봄이 다시오면 꽃은 자신의
바깥 색깔들은던져버리고
저 푸른 하늘 속에숨결을 모으는 자유 혹은
더러 허물어져도 눈이되어 내리는 평화.
그러면 결국 그대참으로 내 곁을 떠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다시 깨닫습니다.

'사진 >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무  (0) 2012.07.15
하늘말나리  (0) 2012.07.15
일월비비추  (0) 2012.07.15
하늘말나리  (0) 2012.06.26
털중나리  (0) 201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