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마터호른 백운봉을 오르다

2010. 9. 21. 20:02나를 찾아 걷는 길/경기의 마터호른 백운봉을 오르다

경기의 마터호른 백운봉을 오르다 

 2010. 9.5.  일요일

 

천년고찰 사나사(舍那寺)를 거쳐 용문산에 오르기 위해,

양평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양평군청 사거리 동양증권 빌딩 앞에서 용천리행 군내버스에 오른 시각은 아침 7시 32분이다.

 

버스로 10여분 달려 용천2리 마을회관 앞에서 내린다.

이곳이 오늘 '나를 찾아 걷는 길'의 출발지다.

행장을 가다듬고 '사나사' 이정표를 따라 걸어간다.

우뚝우뚝 서 있는 노란 해바라기가 반겨준다.  빨간 꽃이 피어 있는 길이다.

용문산 남쪽 끝  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한 자태로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있다.

모습이 마치 알프스의 마터호른 봉을 닮았다 하여 경기의 마터호른이라 부르는 백운봉이 멀리 바라보인다.

 

 

 

 

 

꽃길을 따라 마을길을 걷는다.

하늘은 잔뜩 찌프리고 있다.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안개가 걷히면 이제 곧 활짝 개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걷는다.

우의를 일부러 빼어 놓고 온 것이 께름칙하기만 하다.

사나사계곡의 맑은 물소리에 활짝 마음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간간히 산책하러 나온 마을 주민과 인사를 나눈다. 

 

 

 

계곡과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있는 수려한 곳  

한적하고 호젓한 길을 따라 무심히 걷는 중에 음악소리가 들린다.

봉고차 옆에 여러가지 장치를 해 놓고 음악소리에 맞춰 색소폰을 불고 있는 한 사나이가 보인다.

저음의 색스폰 소리는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와 어울리어 호젓한 산속을 흥겹게 한다.

홀로 음악에 흠뻑 빠져 몸을 흔들며 색스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기암절벽 앞에서 한바탕 흐드러진 색소폰 연주 삼매에 빠진 그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함왕혈 표지석이 보인다.

절구통 같은 바위 굴에서 샘물이 솟아 나오고 있다.

함씨 시조인 咸王이 이 혈에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단아하고 고색창연한 사나사 일주문이 보인다.

쓸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일주문은 설치한 버팀목에 의지하고 있다.

 

 

 

 

 

사나사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청아하다.

 

 

 

고려시대에 창건한 천년고찰 사나사 경내에 들어선다.

용문산에는 유서 깊은 고찰이 셋 있으니 용문사, 상원암, 사나사다.

사나사는 923년 고려 태조 때 대경국사 여엄이 제자 융천과 함께 새운 절이다.

1367년 공민왕 때 태고 보우가 140 간 규모로 중건하였으나 임진왜란 등 여러 차례의 전란으로 불타 없어진 것을 다시 고쳐지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작은 규모이지만 무언가 기품이 있어 보이는 유서깊은 고찰이다.

삼층석탑, 태고 보우의 부도인 원증국사탑, 원증국사 석종비가 있다.

대적광전 옆으로 아미타전 복원 불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 많은 전란과 병란에 불탔지만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면면이 이어 오는 법등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태고 보우선사의 석종형 부도탑, 그리고 삼층석탑과 범종각 지붕너머  먼 산을 바라본다.

그 시절 이곳은 깊고 깊은 산중이었으리...

 

 

 

 

 

 

 

 

 

천년고찰 사나사 옛 선사들의 고고한 향이 묻어나는 곳

사나사계곡은 크거나 화려한 계곡은 아니지만 무언가 기품이 느껴진다.

그래서 맑은 계곡 물소리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얼룩진 마음을 씻어 준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우렁찬 계곡 물소리가 멀어진다.  이미 함왕봉을 향하여 갈지자 부드러운 흙 길을 한참 걸어 오른 때문이다.

한적하고 호젓한 산길이다.

나무지팡이를 흔들며 도인 용모를 한 사람이 휘적휘적 걸어 내려온다.

한참을 걸어 땀깨나 흘린 후 함왕성지에 도착한다.

 

"이 성은 용문산의 험준한 지세를 이용하여 쌓은 산성으로, '양근성', '함 씨 대왕성'. '함공성' 등으로 불린다.

함왕성의 전체 둘레는 2,150m 정도로, 용문산 정상부에서 남쪽까지 연결되는 봉우리를 기점으로 하여 서쪽 방면으로 산성을 쌓았다.

함왕성은 성을 쌓은 방법이나 성내에서 발견되는 유물로 보아 고려시대(918-1392)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에 고을 사람들이 몽고군을 이 성에서

피하였다는 기록아 남아 있다."

 

 

 

 

 

이곳부터는 꽤 평평한 길이 이어지고 평탄지가 있다.

나무 숲길을 걷는다.

인적 없는 호젓한 산길에는 이따금 다람쥐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툭! 소리를 내며 도토리가 떨어져 구른다.

자잘한 붉은색 꽃이 이삭 모양으로 달린 이삭여뀌가 보인다.

 

 

 

 

뒤따라 온 젊은 부부 산행인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물이 솟아나는 샘터가 있고 그 주변 가까운 작은 계곡에서는 '좔좔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옛날 옛적 성안 사람이 먹었던 물

젊은이가 샘터에서 물을 한 컵 떠서 드시라고 건넨다.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나무들은 이제 서서히 겨울날 준비를 하고 있다.

줄기에서 잎으로 나가는 영양과 수분을 차단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누렇게 물든 잎이 말없이 웅변해 주고 있다.

지난번 태풍 곤파스로 인해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가 길을 가로막고 있다.

 

 

 

 

 

능선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농무(濃霧)다.

시계 제로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다.

장군봉을 거쳐 용문산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경기의 마터호른 백운봉을 오른 후 새수골로 하산하기로 한다.

용문산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함왕성지 길을 따라 백운봉을 향하여 걷는다.

 

 

 

 

 

첫 번째 만나는 바위 봉우리에는 난간이 떨어져 나간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밑 바위와 주변에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닭볏을 닮은 달개비가 진한 하늘색 꽃을 뽐내고 있다.

 

 

 

 

   

 

 

카메라를 배낭 속에 집어넣고 배낭카바를 씌운다.

많은 산행인과 교행 한다.

여러 차례 철계단을 오른 후 비 내리는 백운봉에 도착한다.

그러나 거기엔 '마터호른'은 없었다.

댕그러니 백운봉 표지석만 있을 뿐이다.

사방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다.

표지석 옆엔 통일암이 비를 맞고 서 있다.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마터호른'은 존재하는 것이다.

다소 험한 길을 오르내린다.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점점 더 많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산은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통일암에 쓰여 있는 글을 옮겨 본다.

" 위 흙과 岩을 六千萬民族의 念願인 統一을 祈願하는 마음으로 白頭山 天池에서 옮겨 이곳 白雲峰에 세우다 "

 

 

 

 

 

백운봉에서 새수골로 하산하기 위해 가파른 철계단을 밟고 내려선다.

진한 산내음이 코끝에 묻어난다.

그리웠던 흙냄새 풀냄새가 섞인 진한 산냄새가 온 혈관을 순간적으로 훑고 지나간다.

내리는 비가 흙에 촉촉이 베어 들고, 나뭇잎과 풀잎을 흥건히 적실 때  진한 산내음이 뿜어진다.

내리는 비에 산천초목이 환호작약 하는 듯하다.

나무와 숲은 생기발랄한 향을 토하고, 흙은 푸실푸실 살아나며 흙향을 뿜어내고, 돌들은 번들번들 빛난다.

 

새수골 계곡엔 물줄기가 굵어지고 물소리가 요란해진다.

없던 폭포가 생겨나고 바위를 타고 물이 흐른다.

굵은 빗줄기를 흠뻑 맞으며 하산하다 보니,  마애불상이 있음 직한 암벽이 보여 가까이 가 보니 위로 처마바위가 있다.

비를 완벽히 피할 수 있는 곳이다.

배낭에 넣어 둔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1시간 여 마애불상이 되어 거세게 쏟아지는 비를 피한다.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이 생각난다.

볼이 터질 듯 미소 짓는 부처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흡사 서산 마애삼존불이 있는 그 바위 형태와 비슷한 곳이다.

 

비가 다소 주춤할 때 다시 걷는다.

용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마을회관 버스정류장을 향하는 중 거센 빗줄기로 작은 매점에 들어 비를 다시 피한다.

저녁 5시 30분이나 되어야 양평읍내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일회용 우의를 구입한 후 빗속을 걸어 양평역을 향한다.

우중에도 운무는 피어 올라 산을 휘감아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