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다

2010. 8. 22. 15:55문화유적 답사기/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다

 2010. 8.18.  수요일  맑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2-10에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아가는 들목  돌무지 위에 미륵불이 우뚝 서 있다.

이름하여 '강댕이 미륵불'이다.

원래 현재의 고풍저수지 상단에 있던 것을 고풍저수지 축조로 수몰되게 되어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한다.

고려말에서 조선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보원사를 수호하는 비보장승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계곡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고려시대에 거찰이었던 보원사터가 나오는데, 이 근방에 절이 99곳 있다가 백암사(百庵寺)라는 

절이 들어서자 부근의 절들이 모두 불타 없어졌다는 전설이 전하는데, 이 미륵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백암사 자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

 

 

 

 

강댕이 미륵불

 

 

용현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간밤에 내렸던 호우와 조금 전까지도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까닭에 흙탕 계곡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마애삼존불 입구 용현계곡 아취형 나무다리 삼불교를 건너 나무 데크 계단길을 걸어 오른다.

'백제의 미소'를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비가 흠뻑 쏟아진 뒤끝인지라 축축한 가파른 돌계단은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조그만 불이문(不二門)을 지난다.

 

 

 

 

불이문

 

 

 

한모롱이 돌아 나가니 3단계 석축위로 삼존불이 새겨진 인바위가 우뚝 서 있다.

돌계단을 걸어 올라 마애삼존불 앞에 선다.

볼이 터질 듯 만면에 밝은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세분 부처를 바라본다.

천오백 년의 미소!

'백제의 미소' 다.

고고학자 김원룡 박사는 '한국 고미술의 미학'이라는 글에서 서산 마애삼존불과 같은 이런 미소를 "백제의 미소'로 부르기를 제창했다.

 

볼이 터질 듯 만면에 밝은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 :과거불(제화갈라보살), 현재불(석가여래), 미래불(미륵반가사유상) 삼세불이 천오백 년 동안 한결같이 미소 짓고 있다.

 

 안내판 글을 옮겨 본다.

 

서산 마애삼존불  국보 제84호

장쾌하고 넉넉한 미소를 머금은 석가여래 입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한 제화갈라보살 입상, 천진난만한 소년의 미소를 품은 미륵 반가사유상은 백제 특유의 자비로움과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이들 불상의 미소는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저녁에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볼 수 있다.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 뜨는 방향으로 서 있어 햇볕을 풍부하게 받아들이고, 마애불이 새겨진 돌이 80도 기울어져 있어 비바람이 정면으로 들이치지 않아 미학적 우수함은 물론 과학적 치밀함도 감탄을 자아낸다."

 

 

'백제의 미소 ': 가운데 석가여래 입상

 

 

가운데 석가여래 입상은 둥글고 살이 오른 볼, 밝고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계신다. '백제의 미소'이다. 수인은 시무외 여원인(施無畏 與願印)

즉 모든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어떤 소원이든 모두 들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동자가 마모되어 뚜렷이 보이지 않아 애석하지만 왼쪽 눈은 희미하나마 눈동자가 있다. 연꽃잎을 새긴 대좌(臺座)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살이 많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는데,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준다. 옷은 두꺼워 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며, 앞면에 U자형 주름이 반복되어 있다. 둥근 머리광배 중심에는 연꽃을 새기고, 그 둘레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문화재청)

 

서산 마애삼존불 

이    경

 

백 년 가약쯤이 아니라
삼천 년 전의 사랑을 떠올리는 미소로
삼만 년 후의 만남까지를 기약하는 볼우물로
여기 이끼 푸른 산 위에 맨발로 서서
그대 누구를 기다려
이토록 오래 설레이시는가



보주를 들고 계시는 제화갈라보살 입상

 

 

오른쪽은 보주를 들고 계시는 제화갈라보살 입상이다.

양볼은 터질 듯하고, 가는 눈매와 만면에 자애롭고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한 보살,

보아도 보아도 또 보고 싶은 보살 입상이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은 얼굴에 본존과 같이 살이 올라 있는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풍기고 있다. 천의를 걸치지 않은 상체는 목걸이만 장식하고 있고, 하체의 치마는 발등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분화재청)

 

 

 

미륵 반가사유상

  

왼쪽은 미륵 반가사유상이다. 볼에 살이 오르고 만면에 미소를 띤 미륵불이시다. 코와 두 팔이 손상을 입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 안타깝다. 선명하게 조각된 왼 다리, 발가락과 발톱의 모습은  아름답게 그대로 남아 있다. 왼쪽의 반가상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띤 둥글고 살찐 얼굴이다. 두 팔은 크게 손상을 입었으나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손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있는 모습에서 세련된 조각 솜씨를 볼 수 있다.(문화재청)
 

 

과거불(제화갈라보살), 현재불(석가여래), 미래불(미륵반가사유상) 삼세불이 천오백 년 동안 한결같이 미소 짓고 있다.

 

 

반가상이 조각된 이례적인 이 삼존상은『법화경』에 나오는 석가와 미륵, 제화갈라보살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존불의 묵직하면서 당당한 체구와 둥근 맛이 감도는 윤곽선, 보살상의 세련된 조형 감각, 그리고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는 쾌활한 인상 등에서 6세기말이나 7세기 초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곳은 백제 때 중국으로 통하는 교통로의 중심지인 태안반도에서 부여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므로, 이 마애불은 당시의 활발했던 중국과의 문화교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다.(문화재청)

 

 

 

 

 

마애삼존불 앞의 쇠고리로 둘러쳐 있는 곳은 마애불의 훼손을 막는다고 보호각을 세웠던 자리이다.

이 보호각을 세운 후로 보호각 안에 습기가 차 훼손이 심해져 철거하였다 한다.

 마애불이 새겨진 돌이 80도 기울어져 있어 비바람이 정면으로 들이치지도 않고, 또한 윗부분에는 바위가 쑥 내밀어 처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옛 선인들은 자연 현상을 고려한 치밀한 설계하에 마애불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깜깜한 보호각 속에서 한동안 고생하였던 삼존불. 지금은 거추장스러운 껍질을 훌훌 벗어던지니 떠 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시원하게 대자연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 뜨는 방향으로 서 있는 마애삼존불 축대를 쌓아 올려 평형 상태에서 삼존불을 마주 보게 된 현재로서는 이 방향에서 보는 모습이 더 밝은 미소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위  사진은 앉아서 위로 보며 찍은 사진이지만 당초 의도된 진면목은 아닐 것이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이다. 문화재보호를 위해 석축을 쌓고, 석축 위에 보호각을 지었다고 한다.  석축을 쌓은 이 자리는 원래 계곡이었다고 한다.석축을 제거하면 마애삼존불 위 높이만큼의 바위가 아래로도 있었다고 한다. 당초는 계곡 밑 건너편에서 마애삼존불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한 관계로 눈의 착시현상을 감안하여 마애삼존불의 길이 구성을 아래로 향할수록 짧게 하였다고 하니 얼마나 과학적인 설계인 것인가.

당초 설계한 의도로 본다면, 계곡 밑 건너편에서 위로 올려다볼 때 최상의 미소와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해 본다.

사진은 앉아서 위로 보며 찍은 사진이지만 당초 의도된 진면목은 아닐 것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1915년 홍사준 선생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발견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서산일대에 원래 99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스님이 100을 채운다고 백암사(百暗寺)를 세웠다가 나머지 암자가 모두 불에 타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홍사준 선생이 보원사 터를 조사하러 올 때마다 이 전설을 상기하여 주민들에게 산에 부처님이나 탑을 본 적이 없는 가를 묻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59년 4월, 인바위 아래 골짜기에서 만난 한 노인에게 그렇게 묻자

"부처님이나 탑 같은 것은 못 봤지만유... 저 인바위에 가면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한 분 계시는데요.. 

양 옆에 본 마누라 하고 작은마누라 도 있지요, 근데 작은마누라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손가락을 볼때기에 찌르면서로 슬슬 웃으면서 

용용 죽겠지 하고 약 올리니까 본마누라 화가 나서리 장돌을 쥐고 쥐어박을라고 벼르고 있구먼요.. 

근데 이 산신령 양반이 가운데 서 계심 싫어 본 마누라가 돌을 던지지도 못하고 있지요......"

라 하였다고 한다. "

 

 

천오백 년의 미소, 백제의 미소를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산마애삼존불의 웃음 
문 효 치
    
하늘의 치맛자락을 들추고 있는
벼랑 위에
철쭉꽃보다 아름답게 핀 웃음.

 

허허허 흘러내리는 그 웃음소리
등짐으로 가득 지고 내려와서
오려내고 다듬어
그대와 함께 살 집 하나 지으면
그 속에서 한 천년은 행복하리.

 

이웃에게도
내 행복의 이불 덮어드리리.

 

백제의 옛 마을
벼꽃 머리 위로 흘러 다니던
허허허 그 웃음소리
인 바위

 

저 벼랑 위에
철쭉꽃 붉게 빛보다
더 곱게 피어 있으니
혹 수로부인이 지나면
포동한 가슴 꼭 품어가고 싶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