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들
수양버들 김 용 택(1948- ) 너를 내 생의 강가에 세워두리. 바람에 흔들리는 치맛자락처럼 너는 바람을 타고 네 뒤의 산과 네 생과 또 내 생, 그리고 사랑의 찬연한 눈빛, 네 발 아래 흐르는 강물을 나는 보리. 너는 물을 향해 잎을 피우고 봄바람을 부르리. 하늘거리리. 나무야, 나무야! 휘휘 늘어진 나를 잡고 너는 저 강 언덕까지 그네를 타거라. 산이 마른 이마에 닿는구나. 산을 만지고 오너라. 달이 산마루에 솟았다. 달을 만지고 오너라. 등을 살살 밀어줄게 너는 꽃을 가져오너라. 너무 멀리 가지 말거라. 하늘거리는 치맛단을 잔물결이 잡을지라도 한 잎 손을 놓지 말거라.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강가에 너를 세워두고 나는 너를 보리.
201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