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장 석 남(1965- ) 마당에 살구꽃이 피었다밤에도 흰 돛배처럼 떠 있다흰빛에 흰 돛배처럼 떠 있다흰빛에 분홍 얼굴 혹은제 얼굴로 넘쳐버린 눈빛더는 알 수 없는 빛도 스며서는손 닿지 않는 데가 결리듯담장 바깥까지도 환하다지난 겨울엔 빈 가지 사이사이로하늘이 튿어진 채 쏟아졌었다그 꽃들을 피워서 제 몸뚱이에 꿰매는가?꽃은 드문드문 굵은 가지 사이에도 돋았다아무래도 이 꽃들은 지난 겨울 어떤,하늘만 여러번씩 쳐다보던살림살이의 사연만 같고 또그 하늘 아래서는 제일로 낮은 말소리, 발소리 같은 것 들려서 내려온新과 新의 얼굴만 같고어스름녘 말없이 다니러 오는 누이만 같고(살구가 익을 때,시디신 하늘들이여러 개의 살구빛으로 영글어올 때 우리는늦은 밤에라도 한번씩 불을 켜고 나와서 바라다보자그런 어느날은 ..
2019.04.17